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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이슈/이탈리아-Italy-Italien

엔니오 모리꼬네 별세 그리고 영화 러브어페어, RIP Ennio Morricone & Love affair

by 아믹달라 2020. 7. 7.

 

 

 

우리는 그의 음악으로 영화를 기억해 왔습니다. 때로는 영화보다 그의 음악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어제 7월 6일 이탈리아 작곡가 엔리오 모리꼬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이게 정말 사실인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만큼 최근 들어서 가장 충격적인 뉴스였고 사실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났던 소식입니다. 사인은 대퇴부 골절상으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하는데 아는 의사분께서 말씀하시길 노년에게는 그런 사고도 위험요소라고 하네요. 가슴 한편이 먹먹합니다. 

 

엔리오 모리꼬네의 가장 알려진 음악은 아마도 가브리엘의 오보에 일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영화의 등장인물이 신부님이라는 것만 알고 영화를 관람한 경험은 없지만 그의 음악 선율은 뚜렷하게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그의 영화음악이 영화를 한 차원 수준 높게 만든 것은 확실합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음악을 만들 때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고결하고 아름다운 선율들은 그의 머릿속에 이미 흐르고 있었습니다. 

 

" 나는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멜로디를 머릿속에 생각하고 책상에 앉아서 곡을 씁니다. 오직 내가 쓴 곡을 감독에게 먼저 들려주기 위해서만 피아노를 사용하죠" 

"ich benutze das Klavier nicht. Ich denke nach und sitze am Schreibtisch und schreibe. Das Klavier benutze ich nur, um dem Regisseur vorzuspielen, was ich geschrieben habe."

 

저는 그의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인데 하나는 미국의 1920,30년대가 배경이 된 유대계 미국인 갱스터들이 주인공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배경음악과, 평생을 배 안에서만 살았던 남자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두 남녀가 사랑을 이루어 가는 과정의 러브 어페어의 배경음악입니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아이리시 맨을 볼 때면 자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연상되곤 하더군요. 이외에도 정말 많은 명곡들이 있습니다. 특히 저같이 90년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엔리오 모리꼬네의 명곡을 들어보셨겠죠. 

 

제가 정말 사랑하는 곡은 영화 love afair의 피아노 솔로입니다. 악보상으로는 굉장히 쉬운 곡인데, 정말 누가 어떤 감정을 싣고 연주하느냐가 참 중요한 곡이더군요. 이 곡이 등장하게 되는 장면은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바뀌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이 곡이 더 의미가 있죠. 이 영화는 94년 작품입니다. 

 

바람둥이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우연히 비행기 기내에서 만나고, 그 비행기가 기후로 인해 불시착하게 되고 결국 승객들은 모두 같은 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가는데, 그때 우연히 주인공 남자의 숙모가 살고 있는 폴리네시아 지역 타이히를 지나게 되면서 둘은 배가 잠깐 정박했을 때 남자의 숙모를 방문하게 되고 그 분께서 이 곡을 연주합니다. 그 곡에 맞춰 즉흥적으로 허밍을 보여주는 음악가 여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할머니의 의미심장한 말들, 그로 인해 여 주인공의 마음이 변화하는 그런 모습들. 음악을 들을 때면 영화가 더 잘 떠오르네요. 

 

 

 

그리고 이 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남녀주인공이 실제 커플이 된 것이죠. 두 사람은 92년 결혼했습니다. 아직까지 이혼 소식은 없습니다. 실제로 남자 주인공 워렌 비티는 굉장히 유명한 바람둥이 었다고 하는데 아네트 베닝을 만나서 그 바람기가 사라진 걸까요? 영화 내용도 비슷하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영화는 엄연히 따지면 둘 다 결혼 약혼자가 있는 상태에서 저지른 불륜이 아니냐라고 비판하는 분도 계시죠. 하지만 오히려 진정한 내 사람을 찾아가기 위한 험난한 과정이라고 보는 게 맞을 껍니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둘 다 깨끗하게 관계를 정리하고 3개월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죠. 아마 영화를 보면 더 이해하게 될 것 같네요. 누군가로 인해 내가 180도 바뀐다는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입니다. 그런 경험이 혹시 있으신가요? ^^  

 

 

엔리오 모리꼬네는 이제 우리곁에 없지만 그의 음악으로 인해 영화의 명장면은 살아 숨 쉬고 있네요. 아마 영원하겠죠. 

 

 

Rest in peace, Ennio Morricone (1928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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